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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 문예 사조의 등장/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메리의 모르핀 중독 계기가 된 출산

by spiritual-journey 2025. 2. 9.

오전 시간이 배경인 1막에서 메리는 타이런과 제이미와 대화 중에 에드먼드를 낳기 전에는 흰머리가 하나도 없었어. 그러다가 호호백발이 되어 버렸지”(It wasn’t until after Edmund was born that I had a single grey hair. Then it began to turn white, 28)라고 무의식적으로 암시적인 듯한 발언을 한다.

 

잠시 후 메리가 자리를 비웠을 때 타이런은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모습으로 제이미에게 천천히 염려를 표현한다.

 

<밤으로의 긴 여로> 2019년 공연 포스터 / PRODUCTION SPONSORS: Pat and John Hemann / Directed by Cynthia Meier / Music Direction by Russell Ronnebaum / September 12–29, 2019 Thursday–Saturday 7:30 P.M., Saturday & Sunday 2:00 P.M. / The Rogue Theatre(애리조나 주 투손의 이벤트홀)

 

 

타이런 [...] 에드먼드 걱정 때문에 또다시 그렇게 빠져든다면 그거야말로 저주스러운 일이다······. 그 아이를 낳고 오래도록 아프면서 처음 시작했던 거니까(45)

 

TYRONE

[...] It would be like a curse she can’t escape if worry over EdmundIt was in her long sickness after bringing him into the world that she first(39)

 

 

아버지의 말에 제이미는 곧바로 어머니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발끈한다. 타이런도 자신이 당연히 메리를 비난하는 게 아니고 에드먼드를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비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제이미는 타이런에게 화살을 돌리듯 버럭하며 이야기한다.

 

 

제이미 빌어먹을 놈의 의사 선생을 비난해야죠! 어머니가 얘기하시던데, 그 선생도 하디처럼 돌팔이였다면서요! 아버지는 일급 의사에게는 안 가니까(45)

 

JAMIE

The bastard of a doctor was! From what Mama’s said, he was another cheap quack like Hardy! You wouldn’t pay for a first-rate(40)

 

 

메리가 모르핀 중독상태가 됐던 건 에드먼드를 출산하며 극심한 통증이 동반됐던 위험한 상황에서 진통제로 모르핀이 투여됐던 정황에 연유한다.

 

에드먼드가 태어난 사실 자체가 물론 메리의 중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에드먼드가 태어나던 시점의 상황에서 메리가 위험했었는데 진통제로 모르핀이 투여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부분에는 타이런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제이미의 표현처럼 타이런의 "구두쇠 기질"이 분명 영향이 없지 않다. 에드먼드도 같은 맥락으로 타이런에게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에드먼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쓰디쓴 비난의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그 약을 맞지 않도록 했어야죠! 엄마 책임이 아니란 건 너무 잘 알고 있다고요! 아버지 책임이에요! 아버지가 자린고비라서 그래요! 내가 태어난 후 엄마가 너무 아팠을 때 아버지가 좋은 의사를 불렀더라면, 엄마는 모르핀이 뭔지도 몰랐겠죠! 하지만 아버지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호텔의 돌팔이에게 맡겼어요. 그 돌팔이는 모른다는 말 대신, 나중에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대신, 제일 쉬운 방법을 택한 거고요! 단지 진료비가 쌌기 때문에! 아버지는 그것마저 싸게 처리해 버린 거죠! (172)

 

EDMUND

His face grows hard and he stares at his father with bitter accusation.

It never should have gotten a hold on her! I know damned well she’s not to blame! And I know who is! You are! Your damned stinginess! If you’d spent money for a decent doctor when she was so sick after I was born, she’d never have known morphine existed! Instead you put her in the hands of a hotel quack who wouldn’t admit his ignorance and took the easiest way out, not giving a damn what happened to her afterwards! All because his fee was cheap! Another one of your bargains! (142)

 

 

메리가 모르핀 중독에 처하게 된 상황에 대해선 물론 타이런도 누구보다도 비통해하며 속마음으로는 스스로를 자책하겠지만, 제이미와 에드먼드는 부모인 타이런과 메리, 누구를 생각해도 비탄을 금할 수 없고 통한의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평론가 로버트 브루스타인도 수가(酬價)가 저렴한 돌팔이 의사가 메리에게 처음 모르핀을 접하게 했기 때문에, 타이런의 인색함이 메리의 중독을 초래한 것”(Tyrone’s niggardliness has caused Mary’s addiction, because it was a cut-rate quack doctor who first introduced her to drugs)이라고 지적한다(26).

 

메리의 모르핀 중독은 가족 모두에게 결정적인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부분이다. 특히 메리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모르핀 중독상태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당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