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보았듯이 메리의 모르핀 투약의 기점은 에드먼드의 출산 시점이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1912년이고 스물세 살인 에드먼드의 나이를 고려해 봤을 때, 그녀의 첫 투약 시점은 1880년대가 된다.
이 시기는 앞서 상술한 칼 에릭 피셔의 언급대로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모르핀을 사용하는 경향이 다분히 있던 시기이다.
물론 작품에 전반적으로 표현된 대로 타이런이 구두쇠여서 수가가 저렴한 의사를 선호하여 상황이 더 안 좋아진 면이 있을 것이고 분명 메리의 중독은 안타깝고 비통한 사실이지만, 시대적으로 모르핀을 사용했던 처방이 있던 시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의 맥락을 이 가족만의, 특히 메리에 대해 매우 특수하고 경악할 만한 최악의 경우로 상정하는 것은 선입견을 품은 시선이 될 수 있다.
시대적 맥락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작품을 살펴야, 특정 등장인물에 낙인의 선입을 품지 않고 작품의 상황 변화를 파악할 수 있고 감정에 편중된 표면적 고찰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타이런의 극단적인 구두쇠로서의 면모가 이 가족의 역경에 있어 근원적 원흉이라고 간주한다거나, 메리가 자신의 의지로 모르핀 투약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약에 대한 의존은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이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총체적 분석이 아닌 편향적인 파악의 탐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평론가 벌린이 작품의 이날을 "특별한 날"이라고 언급하며 메리가 그녀의 중독으로 다시 회귀한 날이라고 서술했는데, 작품 내에서 아침에 타이런과 제이미의 대화 중 메리에 대해 “집에 오고 나서 두 달간 잘 지내고 있었다”(She’s been so well in the two months since she came home, 37)고 표현하는 대화가 있다(Eugene O’Neill).
또 다른 평론가 C. W. E. 빅스비(C. W. E. Bigsby)도 작품 초반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그녀가 중독으로부터의 몇 달간의 성공적인 금단기간을 가졌던”(having successfully withdrawn from her addiction for several months, 126) 상황을 표현하면서 작품에 암시되어 있는 그녀의 치료를 위한 요양 기간을 언급한다(“The Retreat behind Language.” Eugene O’Neill’s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Ed. Bloom, Harold).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타이런과 제이미와 에드먼드가 점심 식사 직전부터 메리가 다시 중독의 상태로 돌아가는 듯한 상황을 직감한다.
그 비탄의 짐작은 메리의 과거로 환원되는 듯한 장광설과 그 안에 담긴 한탄하는 느낌의 공격성의 발현에 기인한다.
평론가 버지니아 플로이드(Virginia Floyd)에 따르면 당시 『밤으로의 긴 여로』의 공연에서 메리역(役)을 맡았던 배우는 제럴딘 피츠제럴드(Geraldine Fitzerald)였는데, “그 여배우는 메리가 모르핀 투약 후에 가라앉는 모습이기보다는 공격적이었던 모습에 대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세 명의 의사를 만났다”(The actress reports that she went to three doctors to try to determine why Mary was aggressive rather than passive after taking morphine, The Plays of Eugene O’Neill: A New Assessment 540).
피츠제럴드는 맡은 역의 성격을 창조하기 위해 병원에서 환자들을 관찰하였고 의사들과 상담하였다. “그녀가 들은 바에 따르면 메리가 겪은 증상은 의학 용어로 모르핀 투약 후의 "고양이 반응"이라고 불리는 증상이었는데, 이 증상은 소위 "개 반응"이라 불리는 조는 듯한 둔중한 증상에 비해 과잉 행동과 흥분을 보이는 증상이었다”(She was told that Mary suffered what is called in medical slang a “cat” reaction to morphine, which made her overactive and excitable rather than drowsy (the so-called “dog” reaction), 540)고 플로이드는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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