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문예 사조의 등장/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12 제임스 타이런의 캐릭터 오닐은 작품 초반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묘사한 부분에서 제임스 타이런의 기질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그의 천성이나 기호는 소박하고 꾸밈없는 것으로, 가진 것 없는 근본과 아일랜드 농부였던 선조의 기질과 맞닿아 있다. [...] 둔감하고 흙만 아는 농부의 기질을 지녔으며 가끔은 감상적인 우수가 엿보일 때도 있지만, 직관적이고도 이성적인 번득임은 아주 드문 사람이다. (14-15) He is by nature and preference a simple, unpretentious man, whose inclinations are still close to his humble beginnings and his Irish farmer forebears. [...] There is a lot of sto.. 2025. 2. 15. 다시 중독의 상태로 회귀하는 메리 평론가 티모 티우사넨(Timo Tiusanen)은 메리의 “싸움은 패배했다”(The battle is lost)고 언급하며 이어지는 막들에서 메리는 깊고 더 깊게 모르핀 중독의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한다고 지적한다(“Through the Fog into the Monologue.” Eugene O’Neill’s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Ed. Bloom, Harold. 40). 티우사넨의 지적처럼 메리는 점심 무렵부터 모르핀 재투약의 상태로 접어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도 오랜만이라 “적당한 양이 가늠이 안 된다”(you never know exactly how much you need, 109)고 하며 거듭 투약하려 하는 등 깊은 중독의 상태로 점차 침잠한다.. 2025. 2. 13. 일상에 틈입한 결정적인 트라우마 『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의 저자 콘티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독한 상황처럼 보통 남들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특정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트라우마”(acute trauma)에 대해 설명한다. 이러한 상황에 관하여 콘티는 사건의 시점을 기준으로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사건 후에는 당시 발생했던 일로 인하여 삶에 대해 느끼고 경험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언급한다(Conti, Trauma: The Invisible Epidemic 19). 콘티가 언급하는 “급성 트라우마”는 『스몰 트라우마』의 저자 애럴이 말하는 “빅 트라우마”와 유사한 개념이다. 애럴은 빅 트라우마에 관하여 설명하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치명적인 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명백하게 끔찍한 상황”(the obvious hor.. 2025. 2. 12.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모르핀에 중독된 메리 앞서 살펴보았듯이 메리의 모르핀 투약의 기점은 에드먼드의 출산 시점이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1912년이고 스물세 살인 에드먼드의 나이를 고려해 봤을 때, 그녀의 첫 투약 시점은 1880년대가 된다. 이 시기는 앞서 상술한 칼 에릭 피셔의 언급대로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모르핀을 사용하는 경향이 다분히 있던 시기이다. 물론 작품에 전반적으로 표현된 대로 타이런이 구두쇠여서 수가가 저렴한 의사를 선호하여 상황이 더 안 좋아진 면이 있을 것이고 분명 메리의 중독은 안타깝고 비통한 사실이지만, 시대적으로 모르핀을 사용했던 처방이 있던 시절이기 때문에 이 작품의 맥락을 이 가족만의, 특히 메리에 대해 매우 특수하고 경악할 만한 최악의 경우로 상정하는 것은 선입견을 품은 시.. 2025. 2. 11. 19세기 당시, 통증을 완화시키려 시도했던 방법의 이면 평론가 프레드릭 I. 카펜터(Frederic I. Carpenter)에 따르면 “당시에는 최고의 의사들조차 습관성 약품의 위험성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했다”(At that time even the best doctors were not fully aware of the habit-forming dangers of the drug, Eugene O’Neill 21). 중독 전문 의사인 칼 에릭 피셔(Carl Erik Fisher)는 『중독의 역사』(The Urge: Our History of Addiction)에서 19세기에는 “아스피린이나 기타 괜찮은 진통제가 등장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믿을 만한 강력한 통증 완화제는 의사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This was decades before a.. 2025. 2. 10. 메리의 모르핀 중독 계기가 된 출산 오전 시간이 배경인 1막에서 메리는 타이런과 제이미와 대화 중에 “에드먼드를 낳기 전에는 흰머리가 하나도 없었어. 그러다가 호호백발이 되어 버렸지”(It wasn’t until after Edmund was born that I had a single grey hair. Then it began to turn white, 28)라고 무의식적으로 암시적인 듯한 발언을 한다. 잠시 후 메리가 자리를 비웠을 때 타이런은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모습으로 제이미에게 천천히 염려를 표현한다. 타이런 [...] 에드먼드 걱정 때문에 또다시 그렇게 빠져든다면 그거야말로 저주스러운 일이다······. 그 아이를 낳고 오래도록 아프면서 처음 시작했던 거니까― (45) TYRONE[...] It would be li.. 2025. 2. 9.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