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는 오닐의 사후 25년 후가 아닌 3년 후(1956년)에 발표된다.
전기 작가인 겔브 부부에 따르면 오닐이 사망하기 한 해 전에 부인 칼로타에게 “『밤으로의 긴 여로』에 대한 출판 제한은 더 이상 한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O’Neill told her the publication restrictions on Long Day’s Journey into Night no longer applied, O’Neill 937)고 한다.
부인에게 이러한 말을 하며 오닐은 제한 조건을 명기했었던 이유에 대해 처음으로 밝혔는데, 첫째 아들인 유진 오닐 주니어(Eugene O’Neill Jr., 1910~1950)가 극의 자전적 성향을 이유로 보류를 요청했었다고 말하면서, 유진이 사망했으니 이제 그 제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하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출판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Gelb, O’Neill 937).
『밤으로의 긴 여로』의 집필이 완성된 시점은 1941년이지만 오닐의 뜻과 이러한 상황들이 반영되면서 오닐의 사후 오닐 부인이 작품에 대한 전권 소유자로서 판단하여 이전 계약을 파기하고 출판을 앞당겨 실행한 연유로 원래의 예정보다 일찍 발표되었다.
간략히 작품의 도입부를 살펴보자.
막이 오르면 아침의 밝은 모습이다. 오른편 창에서는 햇빛이 들어오고, 아침 식사를 막 마친 메리와 타이런이 함께 등장한다. 이렇게 타이런 부부가 같이 나타나는 모습은 이 첫 장면이 유일하다. 그래서 작품의 전개를 생각해 볼 때도 이 장면은 유의미하고 중요한 장면이 된다. 둘의 모습은 남편이 팔로 아내의 허리를 감은 모습이고 장난스럽게 다정하다.
오닐은 메리의 외양과 인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쉰네 살인 “그녀는 여전히 젊고 우아한 자태를 가지고 있으며”(She still has a young, graceful figure, 12), “한때는 놀라우리만치 예뻤음이 틀림없고, 지금도 여전히 눈에 띄는 외모이다”(It must once have been extremely pretty, and is still striking, 12).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매력적”(Her voice is soft and attractive, 13)인데,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수줍은 수녀원생의 때 묻지 않은 소박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속적이지 않은 순수함을 타고난 것이다”(Her most appealing quality is the simple, unaffected charm of a shy convent-girl youthfulness she has never lost―an innate unworldly innocence, 13). 하지만 그녀에게서 곧 예사롭지 않은 모습도 포착된다.
곧 눈에 띄는 것은 극도로 초조해하는 그녀의 태도다. 손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손가락이 길고 가늘어 한때는 아름다웠을 손이지만, 류머티즘으로 관절에 옹이가 지고 손가락이 뒤틀려 지금은 흉하고 병적인 모습이다. 그녀의 손을 보면 안 된다. 그녀가 자신의 손 모양에 예민한 데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신경질적인 움직임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수치스러워하기 때문에, 더욱 보면 안 된다. (13-14)
What strikes one immediately is her extreme nervousness. Her hands are never still. They were once beautiful hands, with long, tapering fingers, but rheumatism has knotted the joints and warped the fingers, so that now they have an ugly crippled look. One avoids looking at them, the more so because one is conscious she is sensitive about their appearance and humiliated by her inability to control the nervousness which draws attention to them.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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