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트라우마 연구자인 정신과 의사 폴 콘티(Paul Conti)는 2014년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을 기반으로 정신건강을 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해 트라우마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콘티는 2021년에 펴낸 『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Trauma: The Invisible Epidemic)에서 트라우마의 일상적이고 은밀한 침투에 대해 설명한다.
트라우마는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 트라우마란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뇌의 생리와 심리에 변화를 일으키는 감정적 또는 신체적 고통을 말한다. 인간의 회복력은 보통 상당하지만, 많은 사람은 상상 이상의 방식으로 오랜 기간 동안 트라우마로 인한 변화로 고통을 겪는다. (29)
Trauma effects everything. An alarming percentage of us has been significantly hurt in ways that cannot be seen from the outside. [...] By trauma, I’m referring to the type of emotional or physical pain that often goes unseen, yet actually changes our brain biology and psychology. And although humans tend to be pretty resilient, many of us suffer from these traumatic changes in more ways and for longer than we imagine. (9)
콘티도 일반적 의미의 트라우마, 즉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며 그러한 충격적인 단발성 사건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라고 하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11).
21세기를 맞이한 트라우마 연구자들은 일상적이고 만성적인 트라우마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위와 같은 연구자들이 천착하는 주제인 일상적인 개념의 트라우마는 작고 사소한 듯한 문제의 반복되는 집적이 주요한 골자이다.
일상적인 개념이라는 측면을 생각해 봤을 때 가족 또한 제도적으로도 그리고 정서적으로도 공히 일상적인 관계이자 특수하고도 밀도 높은 관계이고, 결정적인 큰 문제를 비롯하여 사사롭고 사소한 문제들이 반복되며 집적될 수 있는 공동체라는 부분을 되짚어 볼 수 있다.
사실 통념적으로 “가족”이라는 공동체와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연결 지어 생각해 보는 것은 언뜻 낯설기도 하고 적절하지 못한 상정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신의학을 비롯하여 의학계의 전반적인 발전이 거듭되며 심리와 정신의 문제 자체와 심인성 질환과의 관련된 연구 또한 가속화 일로이고 이러한 종합적인 과정을 통하여 현대에 들어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진단의 범주에 개인적 차원의 슬픔과 가족 관계를 포함한 개인적인 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된 상처 등까지 포함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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